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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 : 시간의 문을 통과한 도시의 잔상"

GATE : 도시를 통과하는 순간들

 

도시는 언제나 사람과 소리로 가득 차 있다.

2019년, 다시 돌아온 뉴욕에서 나는 문득 맨해튼의

인파와 소음을 내려다보다가 질문 하나에 사로잡혔다.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도시는 어떤 얼굴을 드러낼까.

사람 없는 도시, 소리 없는 도시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감각일까.

 

그 질문은 곧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고,

나는 ‘아무도 없는 도시’를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뉴욕은 멈춰 섰고,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의 기능이 정지되었다.

텅 빈 맨해튼의 거리, 타임스퀘어에 남은 몇 명의 기자와 경찰,

사람과 차량, 소음이 사라진 도시는 마치 시간이 고장 난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서 나는 현실과 감각 사이의 균열을 경험했다.

눈앞에 분명 도시가 존재하는데,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이 실제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치 어떤 문을 통과해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

그 순간,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분명해졌다.

 

GATE. 문을 통과하는 감각.

 

시간이 흐르고 팬데믹은 끝났다.

사람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왔고, 소음과 움직임은 원래의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오히려 이 ‘현실’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같은 장소로 돌아가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에는 비어 있던 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시간이 겹쳐 흐르는 순간을 담고자 했다.

멈춰 있던 시간과 흘러가는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

같은 장소이지만 서로 다른 차원이 교차하는 장면.

사람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문을 통과하듯 도시를 지나가는 순간을 사진 속에 남기고 싶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진은 하나의 GATE가 된다.

사진 속 공간을 통해 관객은 각자의 시간과 기억, 감각의 차원으로 이동한다.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나는 낯선 도시들을 찾아다니며 그 도시만이 가진 고유한 시간과 차원의 문을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을 대형 프린트로 제작해, 유리가 있는 액자 속에 배치한다.

관객은 액자 앞에 서서 사진 속 도시와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순간, 관객은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안에 서게 된다.

 

GATE는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나와 도시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이다.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도시는 더 이상 익숙한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차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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